우리는 너무 오래 버텼고,
너무 늦게 묻기 시작했다.
"이제 좀 쉬어도 되는 걸까?"

나만 그런 줄 알았다
출근길 지하철에서 눈을 감는다.
어제보다 늦게 자고, 오늘도 비슷하게 일어나
비슷한 옷을 입고,
비슷한 표정으로 출근한다.
문득, 이 삶이 언제부터
시작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.
결혼하고, 아이 낳고, 회사 다니고, 대출 갚고…
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
내가 언제 숨을 쉬었는지도 모르겠다.
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.
‘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?’

우리는 누구인가 – 사는 데 익숙하지만, 쉬는 데 서툰 세대
1975년생부터 1985년생까지.
우리는 부모는 은퇴했고, 자식은 자라고 있는
그 사이에 놓인 ‘중간 세대’다.
삶은 분명 시작되었고,
많은 걸 해왔지만
내 인생은 아직도 ‘준비 중’인 것처럼 느껴진다.
우리는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왔다.
그런데 가끔은 묻고 싶어진다.
그 방향은 정말 ‘내’ 것이었을까?
IMF, 부동산, 코로나…
이 세대의 3중고
- 20대엔 IMF 외환위기
- → 졸업했지만 취업의 문이 닫혀 있었다.
- 30대엔 부동산 폭등
- → 내 집 마련은 너무 멀었다.
- 40대엔 코로나
- → 직장은 흔들리고, 건강도 불안했다.
그리고 지금,
경력은 있는데 미래는 없다.
현실 지표
- 한국 평균 퇴직 연령: 52.6세
- 국민연금 수령 시작: 65세
- → 그 사이 13년은 ‘개인의 책임’으로 남는다.
우리는 계획보다 변동에 더 익숙해진 세대다.
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보다
바뀌는 세상에 적응하며 버텨야 했던 세대.

집도, 직장도, 내 삶도…
잠깐 ‘빌려 쓰는 것들’처럼 느껴진다
- 집은 전세, 혹은 대출
- 직장은 정년보다 빨리 끝나는 계약
- 시간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끼어 있다
주말이면 부모님 약 타러 병원에 가고,
평일 밤엔 아이 숙제를 본다.
그리고 나는, 언제쯤 나를 돌보게 될까?

어느 날, 친구를 만났다
한때 누구보다 바쁘게 살던 친구였다.
늘 앞서가고, 뭔가를 이루던 사람이었다.
그런데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
느긋한 말투로 말했다.
“요즘엔 좀 쉬고 있어.”
그 한마디에 가슴이 콕 하고 눌렸다.
부럽기도 했고, 어쩐지 낯설기도 했다.
나는 아직도 매일을 쫓기듯 살아가는데,
그 친구는 어떻게 그 리듬을 멈춘 걸까.
나는
쉴 수 있을까.
쉼이라는 걸 해도 되는 걸까.
그날 이후로,
내 안에 조용히 그런 질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.

우리는 잘 살아온 걸까,
그저 버텨온 걸까
우리는 어른이 되었고,
가정을 꾸렸고,
부양할 가족이 있다.
하지만
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지,
무엇을 좋아했는지,
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는
점점 희미해졌다.
살아온 게 아니라
그냥 달려온 건 아닐까.

이젠 조금, 나를 위해 살아보려 한다
마흔일곱.
이 나이쯤이면 뭔가를 끝낸 사람도 있고,
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.
나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.
아직도 준비 중이다.
그런데 이제는 그게
부끄럽지 않다.
어쩌면 지금이
나를 다시 써 내려갈 시간일지도 모른다.
그리고 이제는 안다.
쉰다는 건 도망이 아니라,
다시 시작하기 위한 멈춤이라는 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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