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람이 떠난 도시, 그리고 남겨진 거리

퇴근길마다 들르던 작은 책방이 있었습니다.
언제 가도 같은 음악이 흐르고,
주인아저씨는 늘 그 자리에 계셨죠.
어느 날, 그 가게 앞에 ‘임대 문의’가 붙어 있었습니다.
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들러보니,
그날은 조용히 혼자 셔터를 내리고 계셨습니다.
“요즘은… 아무도 안 와요. 인터넷이 더 편하니까요.”
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.
‘편리함’이라는 말 뒤에 감춰진 건,
지역 사회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.

도시가 아니라, 사람이 비어갑니다
2025년 대한민국.
● 세종시 금강수변 상가
호수와 공원이 어우러진 랜드마크.
하지만 지금은 전국 최악의 공실률, 57.6%.
카페, 미용실, 식당의 간판은 그대로지만
불이 꺼진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.
● 울산 도심 상가
한때 조선업의 심장이던 울산.
지금은 중대형 상가 공실률 16%.
낮에도 불 꺼진 매장, '임대문의' 전화번호만이 줄지어 있습니다.
도심 중심인데도 사람보다 간판이 많습니다.
● 부산 남포동
광복로, 국제시장, 보수동 책방골목.
그 많던 인파는 사라지고
“문을 닫습니다”는 손글씨가 곳곳에 보입니다.
골목을 걷다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.
“여기 뭐 있었더라…”
도시는 그대로인데,
그 안에 있던 삶과 기억은 사라졌습니다.
“왜 남지 않느냐고요? 남을 이유가 없어요.”
다큐 속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합니다.
“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여기에 남으려 하지 않아요.
연봉도, 기회도, 전부 서울에 있으니까요.”
실제로 2025년 청년층 수도권 정착률은 52% 이상.
지방은
- 연봉 격차 최대 1,000만 원
- 주요 기업 본사 집중
- 스타트업 생태계 부재
즉,
청년층에게 남을 이유가 없는
지역은 자연스레 ‘공실’이 됩니다.
비어 있는 건 상가가 아니라 삶의 동선이죠.

문제는 ‘공간’이 아니라 ‘이유’입니다
사람은
가격이 싸서,
물건이 많아서,
홍보가 잘 돼서 오는 게 아닙니다.
“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”
머무는 겁니다.
지방 상권은 지금
그 ‘이유’를 잃어가고 있습니다.
- 성수동은 오고 싶은 ‘이야기’가 있고
- 온라인은 클릭 한 번에 전국을 품고
- 오프라인은 이유를 만들지 못한 채 닫히고 있습니다

공간이 아니라, 나도 하나의 플랫폼입니다
상가 이야기를 하면서
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.
“나는 누군가에게
찾아오고 싶은 사람일까?
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어주고 있을까?”
상가든,
콘텐츠든,
사람이든,
‘머무를 이유’가 있는 곳만 살아남습니다.
“공실은 단순한 공간의 비움이 아니라
우리가 '머물 이유'를 잃어버렸다는
조용한 경고입니다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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